쌍방향통행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그녀 혹은 그와의 관계가
철저한 일방통행임을 알았을 때, 그 '일방적'인 관계의 시작이 '나'이거나 '그'/'그녀'라거나
뭐 그런 것들을 알아내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그 어느 것이던지 똑같이 속이 쓰려버리는 것이다 -
그러나, 정작 나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과, 반면
그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되는 것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는것이다.
왜 나는 내 이야기만 주저리 주저리 해버렸는가, 왜 내 이야기만을 강요했으며
도데체 난 그 무엇에 그렇게 아둥바둥 종종거리며
그 주옥같은 '우리'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채워갔는지
샤워를 하다가, 늦은 밤 세수를 하다가, 거울을 보며 이를 닦다가,
혼자 저녁거리를 사러 걸어가다가 문득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훅훅 떠오를때면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나는 내가 자신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내가 너무 부끄러워 세수하다가 '그냥 수도관 속으로 같이 빨려 들어가고 싶어!'하고
중얼거리곤 하는 것이다.

